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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코로나 격상에 해외여행?! 희망을 예약하세요?

by ilbeoneemom 2020. 11. 27.

 

 코로나가 500명대 진입 후 나흘 만에 500명 아래로 떨어졌다. 현재 시간 기준으로 450명이라는 일일 확진자 수 집계가 확인된다. 세계가 한국의 방역체계를 극찬한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노량진발 시작된 3차 대유행에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처음 보는 숫자를 매일 갱신하는 가 싶더니 다시 잠잠해진 듯하다. 연이어 들려오던 코로나 백신 개발에 대한 좋은 소식에 내년이면 백신이 세계 시장에 공급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 방역에 느슨해진 마음을 꾸짖기라도 하듯 또다시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런 일상 속에 내가 글자를 잘 못 읽은 걸까? 다시 읽어보게 만드는 뉴스가 있었으니, 모 여행사에서 해외여행 상품을 출시한다는 기사였다. 11월 23일부터 정상 영업에 들어간다며 "참좋은여행"에서 출시한 해외여행 상품에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일주일간의 성적표가 나왔단다. 금요일 오후 3시까지 집계된 신청자 현황이 이미 5700여 명이며, 온라인 예약이 몰리는 주말 신청 추정분까지 포함하면 6000명은 쉽게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2020년 한해를 코로나에 지배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코로나로 인해 많은 규제와 외출 자제, 타 지역 이동 자제를 하며 지낸 1년이었던 것 같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피로감도 상당히 누적되었을 테고, 여행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또한 많이 누적되었을 것이라는 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3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며 거리두기 단계 격상까지 고려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해외여행을 간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은 나뿐인 걸까? 사전 예약자가 6000명에 달했다는 뉴스 기사 속의 저 수치와 일주일 만에 100억 원의 수탁고를 기록했다는 저 자화자찬식의 여행사가 공개한 실적은 무엇일까? 억눌렸던 여행에 대한 갈망이야 이해한다지만, 그럼 어디 휴양지에서 가족 단위로 프라이빗한 나날을 보내다 오고 싶은 사람들의 수요겠거니 생각하고 싶지만, 가장 예약이 많았던 상품은 유럽이란다.

 유럽이라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서로의 국경을 걸어 잠그던 그 대륙 아니였던가? 뉴스 헤드라인을 접할 때부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대충 훑어보고 넘겼기에 이쯤 되면 이 상식적이지 않은 기사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출발해서 14일 격리부터 하고 시작하겠다는 소리인가 싶어 여행사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첫출발 여행상품이 약 3개월 뒤인 내년 3월부터였다.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출발하여 유럽은 내년 7월 출발.

 

 

 

 지금부터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백신 개발과 코로나 사태 종료를 상정하여 만든 상품이였던 것이다. 1인당 예약금은 1만 원이고, 출발이 가능성이 높은 단계에서 잔금을 받으며, 그 마저도 코로나로 인해 출발이 무산되면 100% 환불 조건의 상품이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주로 타격을 입은 업종이라면 단연 여행업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팬데믹 상황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 예상할 수 없었듯 반년 뒤에 확실히 종식될 것이란 전망도 쉽사리 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상품을 출시하여 고객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여행사의 생존을 위한 승부수였던 것이다. 

 여행상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모른 채 곱지 않게 흘겨보던 "희망을 예약하세요"라는 문구는 답답한 일상에 지친 코로나 종식을 바라는 손님들의 희망인 동시에 생존을 위한 여행사의 간절한 희망을 담긴 것 같아 짠한 기분이 드는 한편, 색안경을 끼고 비판적으로만 바라봤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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