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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2018 평창올림픽 팀추월 '왕따 주행'논란 김보름 - 노선영에 2억 소송

by ilbeoneemom 2021. 1. 25.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맞이하고 모처럼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행사에 스포츠에 문외한이였던 나 뿐만아니라, 평소 스포츠에는 관심이라곤 1도 없던 회사 같은 팀 정과장도, 박차장도, 김부장도 이른바 국뽕에 차올라 하루가 멀다하고 경기 내용과 뛰어난 실력으로 국위 선양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 실력을 칭송하던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였던 그 시절, 난데 없는 왕따 주행 논란으로 온 국민의 욕받이가 되어야 했던 어린 선수가 있었던 것 같다.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있었던 것 같다라는 이 말은, 당사자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뉴스에 보도 되며 이슈가 된 그녀의 이름을 듣고  "아아, 들었봤던거 같다", "아 맞아, 그런 이름 화제 된 적 있었는데 누구였더라?"라는 정도의 기억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남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그 당시 자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할 만큼 무심한 성격의 소유자이면서도 당시 단순히 여론에 휩쓸려 "쟤 정말 못됐네"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이렇게 기억조차 흐릿한 나 같은 사람들까지 가세했던 당시 비난 인식에 당사자는 지난 3년간 너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을텐데, 겨우 이런 흐릿한 기억만으로 최근 다시 뉴스란에 등장한 그녀의 이름을 보고 "아 맞다 그랬었지"라고 떠올리게 된 게 너무 미안해서 이번에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당시 TV로만 보여지던, 기사로만 쓰여지던 이야기와는 많이 다른 그녀의 입장에서의 이야기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사건의 발달은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의 팀추월이라는 종목에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 3선수가 출전하여 펼친 경기 내용이다.

 이름조차 생소 했던(내 기준) 팀추월이라는 종목은 각 나라당 3명의 선수가 같은 링크에서  스케이팅을 하며 기록을 재어 겨누는 경기인데 같은 링크에서 두 나라씩 반바퀴 이상 차이가 나는 시점에서 출발하여 당시 한국의 경기 상대였던 네덜란드와 같은 화면에 선수들이 잡히는 장면이 아닌 서로 그들만의 세상(?)에서 어느 나라가 더 빨리 골인을 하느냐의 기록을 다투는 듯한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 시작 전부터 상대국인 네덜란드는 강호라느니 팀추월에 나온 선수들이 개인 종목에서 무슨 성과를 냈다느니라는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이야기가 이어졌고, 괜히 앓는 소리를 한 게 아니였구나 싶을 만큼 상대국 네덜란드와 기록 차이가 벌어지며 대한민국이 뒤쳐지는 듯 했으나, 논란은 단순히 대한민국이 경기에서 패배했다는 것이 아닌 두 바퀴가 남은 상황에서 3명의 선수 중 노선영 선수가 뒤쳐지기 시작하고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큰 격차를 벌이며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였다. 

 

 3명의 선수가 출전하지만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마지막 선수의 기록으로 팀 기록이 정해진다는 팀추월 종목에서 선배 노선영 선수가 뒤쳐졌는데 후배 선수들이 냅다 달려대기 시작하며 다른 선수들이 빨리 들어간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는데, 뒤쳐진 선수 망신주기를 했다는 식으로 여론이 흘러 갔고, 격차를 벌리고 들어간 선수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해당 경기 이후 실의에 빠진 노선영 선수를 위로한 건 외국인 코치뿐이였고 한국인 코치들은 노선영 선수에게 위로를 건네지 않았다는 둥, 경기 직후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노선영 선수와 달리 인터뷰에 응했던 김보름 선수의 인터뷰 내용이 건방지고 선배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였다며 여론은 순식간에 김보름 선수와 빙상 연맹을 헐뜯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 당시 나는 스.알.못으로 경기의 룰도 제대로 모르고, 우리나라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연신 쏟아낸 "김보름 선수 조금 기다려야 됩니다", "저렇게 가면 안됩니다", "뒤에 선수와 호흡이 되서 가야하는데, 뒤에 노선영 선수가 떨어진 걸 모르는 것 같아요" 라는 말만 듣고 진짜 앞에 두 선수가 나쁜지 알았다.... ㅠ (죄송합니다.)

 

 커져가는 비난 여론 속에 마음 고생을 하면서도 김보름 선수는 이후 본인이 가장 많은 시간 준비 해왔던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여론은.... 김보름 선수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 국가 대표 자격 박탈 청원에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이후 김보름 선수는 오히려 자신이 선배인 노선영 선수에게 7년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경기 장면으로 한 차례 떠들썩하고 난 후 사람들은 진실 규명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고, 김보름 선수는 빙상 연맹의 비호를 받고 있고 빙상계에서 그녀를 감싸고 있다며 그녀에게 비난을 퍼붓기에 바쁜 형국이였다. 

  당시 무관심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나는 경기 이후의 공방에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었고, 이후 보도된 심석희 선수 관련 뉴스와 이승훈 선수 관련 보도를 접하며 비리와 불공정이 난무하는 빙상 연맹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머릿 속에 남은채 점점 평창 올림픽이라는 단어까지도 흐릿해져 갔다.

 

 당시 선배 선수를 왕따시키고 공개 망신을 줬다고 세상 나쁜 년이 되어 유난히 성격이 안 좋아 보이는 화면들만 캡쳐되었던지라 정말 선배를 까내리는 건방진 선수인가 싶었는데, 사실은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는 주장에 "에이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한 노선영 선수 측 대리인의 주장을 보면 

 

"폭언과 폭행이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판단을 따라야겠지만, 피고는 원고보다 한국 체육대 4년 선배이고 법적으로 사회상규를 위반하지 않을 정도였다"라고 한다. 이어 "만약 그것(폭언)이 불법행위가 된다 해도 이미 2011년, 2013년, 2016년 일로 불법 행위의 소멸시효가 완성됐을

뿐 아니라 이 시점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응???  어... 그러니까.. 사실이라는 거네...? 폭언과 폭행이 운동선수들 사이에선 .. 뭐.... 불법이라고 따질 꺼리가 아니라는 듯한 뉘앙스네...?  4년이나 선배니까? 아..... 그때 사실 무근이라더니 처음 반박과 달리 말이 좀 길어지네....  2011년에도 2013년에도 2016년에도 여러번이나 그랬었다는 거네?

 

난 체육인이 아니고 체육계의 남다른 룰도 알지 못하지만 사실 무근이라며 전면으로 반박하던 노선영 선수측 대리인의 주장은 괴롭혔을 수도 있겠다 싶은 뭔가 찝찝함이 남는 입장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진실은 이제 법정에서 밝혀줄 것이다.

 

 또한 그 동안 그토록 김보름을 괴롭혀 오던 왕따 주행 논란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특정 감사를 벌여 왕따 주행은 없었다고 결론 지었다고 한다. 

 다른 두 선수가 압도적으로 가속하지 않았으며, 노선영 선수의 속도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기록상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는 목표했던 랩 타임 28~29초를 유지 했지만 노선영 선수는 5랩 이후 속도가 떨어졌다고 한다

 

 또한 일부 선수가 뒤쳐지는 일은 드물지 않으며 이를 증명할 여러 사례들이 있으며 선두가 속도를 맞춰야 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경기 종반부에 간격이 벌어질 경우 각자 최선을 다해 주행하는 것이 기록단축에 유리하다고 한다. 

노선영 선수가 주장한 경기 당일에야 자신이 마지막 주자로 뛰는 것을 알았고 그런 작전으로 연습한 적이 없다는 주장은 감사 보고서를 통해 평창 올림픽 1년 전에 열린 삿포로 아시안 게임등 두차례 노선영 선수가 마지막 주자로 뛴 경기들이 있었다고 밝혀졌다. 

 

평창 올림픽 당시 감독이 주행 순번을 명확히 정해주지 않았고 선수들이 알아서 정하라는 식으로 결정을 미루는 등의 지도자의 직무태만이 지적된만큼 주행 따돌림이 아닌 선수와 감독간의 소통 부족이 문제였다고 한다. 

그럼.. 그 당시 김보름 선수가 한참 욕을 먹고 있을 때에는 왜 아무도 이런 말을 안해줬던 걸까..

 요즘 들어 너무 가짜 뉴스에 선동당하는 느낌도 들기도 하고, 세상 나쁜 년으로 알고 있었던 사건이였는데 내막을 들여다 보니 뭔가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괴롭힘이야 어찌되었건 아직 소송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고 서로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섣불리 누구의 입장을 옹호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동안 왕따 주행 논란 등 확인 되지 않을 사실들에 휩쓸려 섣불리 김보름 선수를 안 좋게 생각한 것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선배 괴롭힘 속에서도 열심히 연습하여 국가 대표가 되고, 그 동안 힘들게 준비한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며 국위선양을 하고도 전국민에게 미운털이 박혀 마음 고생을 한게 아닐까. 소송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다음 동계 올림픽 전 소송에서 승소를 하고 국가 대표가 된다면 다음 번 올림픽에서는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좀 더 적극적으로 그녀를 응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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