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딱히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10년 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 한국의 현재는 10년 전의 일본일까?
꿈 많고 의욕 넘치던 시절 혈기왕성함만을 믿고 홀연 일본으로 날아가 궁핍한 유학 생활을 시작했던 것이 2009년이니, 아마도 저 이야기가 맞다면 얼추 10여년 전 내가 보았던 도쿄의 모습이 지금의 한국의 서울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서울 태생아니며 서울에 아무런 연고가 없기에 두 나라의 수도의 모습의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하다.
일본에서 경제학부생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경제 대국에서 제대로 공부를 한다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고 나도 무언가 깨어 있는 지성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았던 그 때와 한국에서의 (비록 지방이지만) 지금 현재는 많이 다르고, 애송이 경제학부생에게 애시당초 한국과 일본은 많은 면에서 다른 나라였다. 기초 시급부터가 다르지 않은가.. 그 때도 나의 아르바이트 시급은 1000엔이였는 걸...
헌데 왜들 한국이 일본의 전처를 밟고 있으며 한국은 일본의 역사를 반복한다고들 말하는 걸까? 이 말이 퍼뜩 이해가되지 않는 이유는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그 풋풋하던 애송이 경제학부생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깨어 있는 지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한 까닭일까? 하지만 그때의 애송이도 우리 나라보다 훨신 경제 규모가 크고 앞서 있다는 나라에서 경제학를 배우며 느낀 것은 역시 미래는 예측 불가하다는 점이다.
용한 점쟁이들도 미래에 대한 예측은 서로 엇갈린다는데 거시경제, 실물경제라는 이 변화무쌍한 녀석을 제대로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에 인터넷을 찾아봐도 대척점에 서서 대립되는 주장을 펼치는 인물들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 같은 세계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를 누가 감히 예상할 수 있었을까.
(아.. 그 일루미나티의 음모론이 떠오르지만... 그만하자, 현실을 직시해야지..;;)
부동산 버블이 곧 한국에도 닥쳐올 것이라 주장하는 이들은 모두 짜기라도 한 듯이 일본을 거론한다. 무리도 아닌 것이 한국의 많은 행정시스템은 일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것이며, 일본에서 부동산 버블이 발생한 때처럼 지금 한국의 부동산 금액도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한다. 확실히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는 수도권의 집값들을 보면 늘 처음 보는 숫자들을 갱신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디까지 높아지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집이라는 것이 사람이 살기 위한 주거 공간일 뿐인데 마냥 오르기만 할 수 있을까? 강남불패라는 말이 있듯 부동산의 위치 또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하지만, 시대는 점점 교통의 발달을 가져오고 교통체증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 나갈텐데, 외곽 지역의 접근성이 좋아진다면 중심부의 이점이 뭐 언제까지 매력을 뽐낼 수 있을까?
지방에서 부동산 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 한번에 신경이 곤두서고 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손님들은 늘 업계 종사자들만 알고 있을 것 같은 한 발 빠른 고급정보 혹은 일반인들이 가지지 못한 혜안을 가졌을 거란 기대로 눈을 반짝거릴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직접적인 표현을 삼가하라던 우리 사무실 팀장님 말씀이 떠오른다. 투자자든, 실거주자든 잘 되서 부동산 값이 오르면 본인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 성공적인 투자를 한 것이고, 안되면 다 부동산 탓이라고들 한다.
그런 그들을 보며 느낀 새로운 사실은, 그들은 모두 원하는 소리에만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가령 내 입에서 "더 오를꺼예요" 라는 말이 듣고 싶은데, 내가 그렇게 말을 하지 않으면 나를 설득하기 위해 이런 저런 정보를 먼저 이야기하며 결국 내가 수긍하여 본인들의 기대대로 "오르겠네요"라는 말을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 하다. 한마디로 답은 정해져 있고 부동산은 그에 맞는 대답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업계에서 일하게 되면 어떤 이슈든 뉴스기사로 접하기 전 특정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를 먼저 접할 때가 많다. 사실인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고 이권이 대립하는 지역에서는 서로 다른 정보들이 떠돌기도 한다.
어느 지역이든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부동산 관련 카페가 있다. 부동산업자들 또한 지역 부동산 정보를 놓치지 않고자 가입하여 주기적으로 정보를 확인하는데 거의 모든 카페들의 공통점은 부정적인 정보 혹은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글이 올라오기라도 하면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이룰 때가 많다. 부동산 카페들은 왜 다들 희망적인 이야기만 공유하려는 걸까?
나는 묘하게 얼마전 뒷광고가 논란이 된 유튜버들로 세상이 시끄러웠던 사건의 기억이 겹쳐진다. 업체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이득을 챙기면서 정작 유튜브를 통해 아무런 대가 없이 본인의 의견인듯 제품을 칭찬하고 광고하는 이들의 대한 구독자들의 배신감으로 꾀 요란했던 사건이다. 부동산 카페의 희망적인 이야기를 접할 때 유튜브 뒷광고 논란이 묘하게 겹쳐지는 게 너무 비약적인 비유일 수도 있으나, 분명 어느 한쪽의 의견을 지나치게 노출 시키는 것이란 생각은 지울 수 없다. 내가 가입한 규모가 큰 부동산 카페들도 매수를 부치기는 듯한 정보들이 많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분석하고 비판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견문은 없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그 정책이 의도한 결과와는 반대로 부작용을 보이고 있으며,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은 사실이다. 그로 인한 부동산 버블을 걱정하며 예측하는 목소리들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는 요즘인데, 대다수의 부동산 카페들은 여러 부동산 호재 정보들을 퍼다 나르며 매수를 부추긴다.
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이고 정보가 넘쳐 흐르는 시대이다보니, "야 너만 알고 있어야 돼"라는 말은 "야 너 빼고 다른 사람 다 알아"라는 뜻이라는 우스겟소리도 있죠. 원하는 정보를 쫓아 믿고 투자를 하는 것도 정보를 의심하고 몸을 사려야 하는 것도 그 책임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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