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다짐은 일주일 단위로 식단표 짜기로 정했다. 오랜 자취 생활이건만 귀찮아서 대충 떼우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건강도 세고, 돈도 세고, 적지 않은 나이에 제대로 된 요리 스킬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새해에는 일주일 단위로 식단표를 짜서 내가 직접 요리한 건강한 음식으로 건강한 신체를 갖자라는 취지로 정했는데 겨우 한번 실천했는데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처음 짜보는 식단표라 한번 장을 봐서 일주일을 버티려면 어떤 반찬으로 정해야 하는 지도 모르지만 하다 보면 차차 나아지겠지. 일단은 실천하고 보자 정신으로 대충 만만한 반찬들 레시피를 확인하고 장보러 간다.
일단 정한 건 일주일치 예산 5만원.
요렇게 다 해서 48,290원.
오뎅볶음, 빨간 감자 볶음, 양배추 물김치, 제육볶음, 메추리알 장조림, 오이무침을 위한 재료와 마침 똑 떨어진 맛술과 밥보관 용기, 물김치 만들 때 재료들 걸러 줄 면보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새해에는 건강해 지겠다 다짐하면서도 저 보릿물 유혹은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다 ㅠ
새로 장을 봐 온 재료 말고도 집에 두부와 무, 다량의 계란이 있어서 1차적으로 만든 밑반찬인 오뎅볶음, 빨간 감자볶음, 메추리알 장조림, 오이무침이 떨어지면 두부 조림과 급식 계란찜을 추가로 할 생각이다.
오랜 기간 혼자 생활 하다보니 주로 한그릇 음식들을 먹는 습관이 들어 반찬을 잘 먹지 않고 국 메뉴도 건더기 보다는 국물에 말아 잘 씹지도 않고 후루룩 먹는 습관이 있어 초반에 국 메뉴는 일부러 제외시켰다.
집에는 상시적으로 참치캔, 스팸, 계란, 다시팩, 무 등이 있고 이번에 남은 오뎅과 짜투리 최소를 활용하면 김치찌개, 계란국, 오뎅국, 된장찌개 정도는 먹고 싶을 때 바로 해 먹을 수 있다.
집에 있던 재료들과 밑반찬 재료와는 상관없는 지출을 퉁치면, 예산을 5만원에서 좀 낮춰도 될 것 같긴 한데, 일단 한달간의 추이를 보고 결정 해야겠다. 게다가 양배추 물김치는 한달 정도는 먹을 수 있는 양이니까.
그럼 야채들은 빠른 속도로 세척해서 준비 해준다.
준비하다 보니 감자 하나 품질이 영 시원찮았다. 흙이 잔뜩 묻어 있어 몰랐는데 세척하고 보니 거의 반쪽이 저렇게...ㅠ
식단표 짜서 요리하는 습관이 들다보면 야채 고르는 스킬도 향상 되겠지.
이렇게 한꺼번에 요리한 적이 없었는데 하나씩 할때보다 속도가 붙어 전체적으로 시간이 절약되서 좋았고, 항상 요리하다 말고 남겨둔 야채가 진물러 버리는 부분 더 많았는데 버리는 부분 없이 모두 요리에 쓸 수 있어 좋았다. 가장 좋은 건 전체적으로 야채 양을 조절할 수 있었던 것. 사실 당근양이 애매하게 부족했는데 마지막 제육 볶음용 당근은 감자볶음과 양배추 물김치 재료에서 조금씩 덜어왔다.
하지만 이 과정이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리고 고된 것이 사실 ㅠㅠ
이후 조리 과정은 순식간에 후루룩 진행이 된다.
오뎅볶음은 5분 정도 걸린 것 같고 메추리알 장조림은 졸이는 시간이 들긴 했지만 가스렌지가 해주는 일이니, 그 동안 다른 반찬과 정리 등으로 손이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제육볶음 계획이던 돼지 앞다리살이 간장양념 불고기로 변신해 버렸다. 양념에 재워 먹을 때마다 편하게 구워 먹으려다 보니 간장 양념이 편한 것 같아서 순간적인 변심.
감자 볶음도 10분 안 걸려 완성. 오이무침은 양념 넣고 조물조물이면 금방이니까. (버무린 샷이 없네;;)
위가 좋지 않아서 가끔씩 만들어 먹었던 양배추 물김치. 단호박이나 감자로 밀가루 풀을 대신하는 레시피는 많지만, 난 그냥 밀가루풀 넣고도 새콤하니 너무 맛있어서 기본 레시피 대로 간다. 배를 넣고 싶었지만 마트에 배가 하나만 안 팔아서 어쩔 수 없이 집에 남아도는 사과 넣음.
일단은 네가지 반찬과 양배추 물김치 완성.
양배추 물김치는 이틀 정도 상온에서 숙성 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 식단표 짜기 1회차. 너무 힘들어서 롤양배추 물김치를 완성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완성된 반찬을 보니 뿌듯하다. 예산 안에 재료들을 맞추려다 보니 자꾸만 마트 반찬코너에 눈길이 가는 건 사실. 첫 도전부터 마트 반찬을 구입하는 건 시작부터 뭔가 타협하는 기분이 들어 직접 조리를 고집했지만, 다음주부터는 좀 더 반찬 구성과 재료 활용을 신경 쓰면서 마트 비싼 식재료가 필요한 요리가 있을 때는 마트 반찬도 적절히 활용해야겠다.
이렇게 차근차근 실천해 가다 보면 요리도 늘고, 돈도 절약되고, 건강해 질 수 있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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